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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차 청년순례 소식

세월호희망의길찾기 | 2017.12.05 18:20 | 조회 15
오늘은 조은호 목사님이 계신 목포의 온누리 교회에서 묵었다. 목사님은 전에도 몇 번 뵌 적이 있었다. 잠깐 뵈었지만 유머러스하시고 성직자 같지 않게 무겁고 엄숙하지 않아 기억하고 있었다. 목사님이 계신 교회는 크지는 않더라도 단독 건물에 신도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워낙 재미있으셔서 신도님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개그맨 같으시다). 그런데 교회가 있다는 장소에 도착해도 교회가 보이지 않았다. 양옆을 확인해도 없자 고개를 들어 건물 위쪽까지 살폈다. 건물 삼층에 온누리 교회라고 붙어있는 글씨가 보였다. 조그만 교회였다.
교회에 들어서니 서각이며 판화, 붓글씨, 편지글 등 다양한 글과 그림이 벽면을 둘러싸고 있었다. 사온 작품이 아니라 선물 받은 것들 같았다. 선물하신 분들의 목사님에 대한 따뜻한 정이 느껴져 작은 공간이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는 듯 했다.
목사님은 우리더러 저녁을 같이 해 먹자셨다. 장은 본인이 봐 오시겠다며 어느새 사라지셨다. 목사님을 보내고 함께 남아 있던 청년부 신도님은 아마 이것저것 많이 사오려고 혼자 간 것 같다했다. 목사님은 피꼬막 10kg, 자연산 숭어회, 돼지고기, 홍합을 사오셨다. 혼자 들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아이스크림과 피자까지 사주셨다.
목사님은 아침, 저녁으로 어린이집 차량 운전을 하신다고 했다. 그것이 목사님의 수입원인데 한 달치 월급을 우리의 저녁식사 한 끼 대접하는데 다 썼다고 했다.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아마 진짜일 거다. 또 지금 몸이 좋지 않다고, 많이 피곤하다는 말씀도 계속 하셨다. 그런데도 우리 때문에 일부러 오셔서 장도 보고 밥도 해주시고 뒷정리에 이야기 하는 시간까지 가진 것이다.
목사님은 세월호 순례를 함께 하고 싶어서 2차 순례 때도 그렇고, 이번 순례 때도 어린이집 차량을 대신 운전할 사람을 알아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구하지 못해서 함께 걸을 수 없었다 말씀하셨다. 그래서 걷고 있는 이렇게 우리에게 잘 해주시는 걸까?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가진 것을 퍼 줄 수 있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설거지할 때 물을 아끼는 법, 온수를 아껴쓰는 법 등을 상세히 알려주시는 것을 보면 알뜰하신 분 같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소박하면서도 남에게 베풀 때는 한정 없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의 순례도 이제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다음 주면 순례도 끝난다. 50여일을 얻어먹고 얻어 자다보니 주시는 것들을 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다. 세상 덕에 살고 있음을 배우고, 그 고마움을 마음 깊이 새기려고 떠난 여정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내가 세상 덕에 다른 수많은 이들 덕에 살고 있음을 더 예민하게 느끼고, 기억하고, 또 돌려줄 수 있을까. 좀 더 생각해보아야겠다. 이것은 나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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