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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청년 순례

세월호희망의길찾기 | 2017.11.20 14:38 | 조회 77















오늘은 새만금 방조제를 걸었다. 바람이 아주 쎘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순례를 시작하는 시간부터 풍랑주의보가 내렸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그 곳은 바람이 세다고 한다. 바다 위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옷을 많이 껴입었는데도 춥고 걷기가 힘들었다. 중간에 화장실도 가고 싶었다. 급하면 차타고 화장실로 이동하라고 했지만 그 길만은 꼭 다 걸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참고 걸었다.
나는 새만금과 무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으며 나 역시 그 일의 참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와 무관심으로 방관한 수동적 적극참여자. 바다 위의 세찬 바람은 그 곳이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을 맞는 것이 우리가 한 일의 과보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 과보를 다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바람을 맞는다고 새만금이 더 좋아질 리는 없다. 하지만 상징적 행위로써 그렇게 하고 싶었다. 직접 또는 무관심으로 함께 한 일에 대한 결과를 묵묵히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또 힘들어도 그 일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으로써 그렇게 하고 싶었다.
새만금 방조제를 걸으며 그 아름다움에 놀랐다.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 바람에 흔들려 황금빛 춤을 추는 가을풀, 바다 건너 구름 섬, 넓은 바다, 넓은 하늘, 흰 바도. 마치 천국 같았다. 사람들이 울부짖고 절규하던 아픔의 땅이라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새만금은 죽음이라고 외쳤지만 그 속에서도 자연은 다시 그에 맞는 삶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인간도. 차가운 겨울바다 속에서 해녀들이 물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새만금 방조제는 만들어졌다. 이미 지나간 잘못을 정확히 드러내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에 대해 원망하고 분노하고 비난하는데 시간과 마음을 쓰기보다 여기서 더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일에 마음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잘못을 드러내는 일이 꼭 분노하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아픔의 현장에도 자연은 작은 평화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지키고 확산시켜나갈지 생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이익과 평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또한 다른 많은 일들에 있어서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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