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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고 함께 걸어요" 4.16순례길, 인천에서 출발 _ 인천in

세월호희망의길찾기 | 2017.05.20 10:47 | 조회 69

<인천IN> 기사입니다. http://m.incheonin.com


“함께 만들고 함께 걸어요”

세월호 뱃길 따라 809km, 53일의 대장정 '4.16 순례길' 인천에서 출발



▲ 참가자들이 순례를 시작하기 전에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가는 긴 여정의 시작


사망자 295명, 실종자 9명을 포함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3년, 생명과 안전이 근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이들이 세월호가 지났던 서해안 뱃길을 따라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가는 4.16 순례길을 만들고 있다.


15일 오후 연안부두 여객터미널 광장, 2시가 가까워지면서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로 3년 전 제주행 세월호가 출발한 인천 연안부두에서 팽목항까지 53일 동안 함께 걷는 '4.16 순례길' 출발식이다.


세 딸에게 안전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 순례길에 참여하고 있다는 신현주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세월호 참사 단원고 유가족과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가 함께했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도법 스님, 일감 스님, 한상렬 목사, 전진택 목사, 김말숙 세월호 인천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최원식 한국작가회 이사장, 박소정 생명평화결사 백년순례위원장, 유용주 시인, 권미강 시인 등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계도 참여했다.



▲ 격려의 말을 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자승 스님은 “53일간의 순례를 통해 세월호의 아픔이 치유되고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는 성찰의 길이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수색이 원활히 진행돼 미수습자들이 속히 가족의 곁에 돌아오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김말숙 세월호 인천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인천에서 순례길을 떠나는 첫 시작인 만큼 이 길을 통해 많은 이들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다시는 참사가 없는 안전하고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4.16순례단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용주 시인, 도법 스님, 전진택 목사, 박소정 생명평화결사 백년순례위원장, 한상렬 목사.




▲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교장이기도 한 안상수 씨가 디자인한 푸렁이는 세월호의 ‘ㅅ’과 ‘ㅇ’에 새싹의 이미지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글 타이포그라피 디자이너 안상수(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교장) 씨가 디자인한 푸렁이는 세월호의 ‘ㅅ’과 ‘ㅇ’에 새싹의 이미지를 더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함께 걸으며 건강 지키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껴 보세요


단원고 신호성 군의 어머니 정부자 씨는 많은 이들의 수고로 순례길이 만들어진 것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실 아이를 잃고 종교계에서 많이 나서주지 않는 데 서운함이 있었어요. 이 순례길에 여러 스님, 목사님들께서 참여하셨다는 말씀에 이젠 풀렸어요. 이제 매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함께 걸으면서 건강도 지키고 가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길이 되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세요.”


▲ 단원고 희생자 신호성 군의 어머니 정부자 씨도 이날 함께했다.


4.16 순례길은 세월호가 출발한 인천에서 15일 시작해 서해안 뱃길을 따라 시흥-안산-화성-평택-아산-당진-서산-태안-홍성-보령-서천-군산-부안-정읍-고창-영광-함평-무안-목포-영암-해남을 거쳐 7월 6일 진도 팽목항에 이르는 53일 809km의 대장정이다.

이 순례길은 그저 ‘4.16순례길’이라는 이름 하나뿐 대단한 조직도, 대표도 없이 지역에서 뜻을 같이 하는 종교계와 문화계, 시민들이 함께한다. 지난해부터 논의를 거쳐 코스를 찾고 9월에는 순천의 중등 대안학교인 사랑어린배움터 학생들이 연안부두에서 팽목항까지 45일 동안 걸으며 처음 길을 냈다. 이후 지역별로 관심 있는 시민과 단체의 활동가들이 참여해 길을 더 다지고 있다.




이날 참여한 100여 명의 시민들은 ‘푸렁이’가 그려진 노오란 조끼를 입고 연안부두 광장에서 모여 학익에코테마파크-아암도-동막역까지 14km를 함께 걸었다. 햇볕이 쨍쨍한 한낮에 시작한 걷기는 어두워질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암도 해안도로가에서는 4.16 기억문화제에서 아이들과 시민들이 그림을 그린 타일을 붙였다.



▲ 연안부두 여객터미널 광장에서 순례를 시작하고 있다.

 







▲ 4.16 기억문화제에서 아이들과 시민들이 그림을 그린 타일을 아암도 해변도로가에 붙이고 있는 한상렬 목사




“세월호 희생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날의 가장 어린 참가자는 배정연(상정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집에서 핸드폰만 하는 것보다 느끼는 게 있을 거 같아서 엄마랑 왔어요. 학교수업은 1시간만 하고 조퇴했어요. 오늘 3시간 넘게 걸으니 많이 힘든데, 세월호 희생자들은 배 안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처음 교사가 되어 근무한 곳이 맹골수도가 있는 조도면이었다는 한 중학교 선생님도 남다른 마음으로 첫날의 순례길을 함께 걸었다.

“올해로 교직생활 29년인데, 오늘이 제게는 가장 뜻깊은 스승의 날인 것 같아요. 팽목항을 꼭 한번 가보고 싶은데 못 가봐서 늘 마음에 걸렸거든요.”
 


▲ 동막역에서  이날의 순례를 마무리하고 있다.



일반인희생자에 대한 관심도 아쉬워


3시간이 넘는 걷기를 마치고 나서는 연수평화도서관에서 준비한 저녁식사 후 순례단 대화마당을 가졌다.


전진택 목사는 “순례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스페인의 산티아고길처럼 누구라도 문득 걷고 싶은 사람들이마음에 소원 하나를 품고, 기도 하나를 품고 이 길을 걷고 길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퍼져 나가 또 다른 사람들을 길 위에 세우고 그렇게 지속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전태호 세월호참사 일반인희생자 대책위원장은 416 참사로 인한 희생자가 어린 단원고 학생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일반인 희생자에 대한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부평 가족공원에 일반인 희생자 45인을 기리는 추모관이 마련돼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엄마와 아빠, 형을 잃고 혼자 구조된 7살 요셉이, 네 명의 가족을 잃고 구조된 5살 지연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에서도 일반인희생자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운영비가 없어 지난해에는 5개월이나 추모관을 닫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도법 스님은 16일 동막역에서 출발하는 순례일정에 앞서 부평 가족공원을 찾아 일반인희생자 추모관을 찾아 분향할 것을 제안했다.
 
 
여럿이 걸어가면 길이 된다


이제 시작인 만큼 곳곳에 쉼터,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갖춰야 하고 제대로 된 순례길이 만들어지는 데는 많은 이들의 손길이 절대적이다. 이날 출발식에도 벼룩시장 등을 열어 모금액을 마련, 걷기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따뜻한 저녁을 준비하고 세월호 순례단의 숙소를 제공한 연수평화도서관을 비롯해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여성회, 언니네반찬, 민주노총인천본부, 인천시약사회, 늘푸른어린이도서관, 짱뚱이도서관, 참여자치연수구민네트워크 등 많은 단체가 함께했다.

또한 연수동의 백암왕순대, 암바치킨, 장금수부대찌개, 미두야, 초록당근미술학원 등의 지역 가게들도 이에 동참했다. 이처럼 도움을 준 단체나 가게에는 순례길의 상징인 ‘우리 동네 푸렁이’로 선정해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어플에 위치를 표시할 계획이다.



▲ 도법 스님이 연수평화도서관에 푸렁이가 그려진 타일을 붙이고 있다.


▲ 이날 출발식에 도움을 준 연수동의 한 가게에 '우리 동네 푸렁이' 를 붙이고 있다.



4.16 순례길 이틀째 여정인 16일도 인천 지역으로 동막역에서 출발해 남동유수지-면허시험장-소래포구-소래철교까지 18km를 걷는다. 17일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위패가 안치된 대각사에서 시작해 17km를 걷는다. 앞으로 7월 6일까지 계속 걷는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순례 일정과 코스, 참여방법은 www.hopeway.kr에 자세히 나와 있다. 참가를 원하는 경우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걷고 싶은 일정에 신청을 하고 당일 걷기에 편한 복장으로 참여하면 된다.

아울러 페이스북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www.facebook.com/416hope)’, 어플에서는 ‘세월호 희망의 길’을 검색해도 순례 코스를 확인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우리가 마주친 대한민국의 민낯,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거나 알면서도 외면해 버린 것들을 이제는 하나씩 바꿔야 하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가 던진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 또한 세월호 참사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함께 걷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의 소설 ‘고향’의 마지막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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