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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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쓴 시와 순례배움 [하승희]

관리자 | 2016.11.26 23:31 | 조회 155

 

나는 처음 순례 가기 전 순례는 어떠냐고 학교 언니들에게 물어보았다. 언니들 말로는 순례가면 일단 힘들고 서로 예민해 진가 그랬다.

또 잘 씻지 못할 수도 있고 빨래를 손으로 빠는 게 힘들 거라고 그랬다. 그래서 순례 가기전날 밤에 많이 긴장이 되었다.

진짜 가긴 가는 구나라는 생각들과 많은 걱정들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가는 날 아침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친구들이랑 같이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출발했다.

친구들이랑 수다를 떠는데 이제부터 시작이구나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순례를 떠나보니 상상했던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밥도 너무 잘 먹었고, 걷는 것도 점점 적응이 되어가고 친구들 이랑도 엄청 친해졌다.

그리고 순례를 하면서 정말 갈등이 많았다.

밥을 이렇게 먹자 이런 사소한 것부터 이 순례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게 맞는지 까지 그때마다 우린 마음에게 답을 물어 보았다.

그래서 그 답이 나오는 대로 우린 순례를 이어갔다.

나는 처음에 걸을 때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이라는 마음뿐이었다.

근데 순례 3일차 안산 단원고를 지나서 세월호 분양소와 기억저장소에 갔는데 눈물 나왔다. 내가 이렇게 걸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세월호 유가족 분들도 우리를 응원 하시고 단원 고 언니 오빠들도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텐데 내가 이렇게 걸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날 후부터 난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세월호를 생각하며 걸었다.


하승희 <나의 순례이야기 >



.하승희                   

 

 1.

초록색 강 

초록색 강을 보았다.

옆에서 친구들이 녹조라떼 라고 했다.

근데 난 왜 물이 초록색인지 몰랐다.

그래서 물을 떠보니 그냥 물처럼 투명했다.

근데 왜 초록색 강이 된거지??

 


2.

고양이와 보리밥

쉬는 시간에 고양이를 보았다.

엄청 말라있었다 심각하게 말라있었다.

근데 문득 보리밥 생각이 났다.

보리밥의 부들부들한 살을 떼어서

고양이에게 붙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미묘한 타이밍

먹구름이 몰려온다.

갑자기 비가 똑!!!

가방 깊숙이 있는 우비를

꺼내서 힘들게 입었는데

갑자기 해가 쨍쨍 나온다.

아이 이 미묘한 타이밍

 

 

 

4.

천지차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는 것과

가방을 메지 않고 길을 걷는 것은 천지차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걷는 것과

아침을 든든히 먹지 않고 걷는것도 천지차이다.

 


5.

반반

오늘의 다짐이 반반이 되었다.

내일은 그 다짐이 반반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거다.

 


6.

망상

걸으면서 그는 생각들

노래 생각도 들고

가족생각도 들고

언제 쉬나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걸을땐 자신의 걸음에

집중해야 한다.

 


7.

회상

길을 걷기 시작한

95일 지도공책을 넘겨

그때로 돌아가 보았다.

마치 옛날을 보는 느낌

먼 옛날을 회상하는 느낌

 

 

8.

낙엽

나무가 떨어뜨리는 낙엽

마치 내가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색깔이

알록달록하지는 않다.

 


9.

나무뿌리

길을 걷다 보면 신기한 모양의

나무뿌리들이 눈의 띈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왜 이런 모양이 되었을까??

나무뿌리 들 한 테도 사연이 있을 것이다.

 


10.

노란리본

길을 걸었다. 다은이랑 길을 걷다가

앞을 보니 친구들이 사라졌다.

너무 놀라서 얼른 앞으로 가보니

앞에도 친구들이 없었다. 길을 해매면서

돌아다니다가 노란리본을 보았다.

그때 울컥 눈물이 나왔다.

    

 

12.

노래

쉴 때 정말 가끔 듣는

노래는 너무 좋다.

행복하다. 순례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다.



11.

순간

내가 울고 웃었던 순간들

첫 순례를 준비하며 설레던 순간

기차를 타고 점심밥을 먹으며 즐거웠던 순간

자기 할 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속상하던 순간

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며 고민했던 순간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재밌었던 순간

가족들을 생각하며 슬펐던 순간

첫 식사를 준비하며 떨리던 순간

쉬는 날을 기다리며 행복했던 순간

이런 순간순간들이 나를 더 자라게 만들었다.

 


13.

리코더 소리

저녁에 들리는 리코더 소리와

아침에 들리는 리코더 소리는 다르다.

내 생각에는 기분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14.

달력

달력을 보면 나도 모르게

계속 집에 돌아갈 날짜를

꼽아보고 있다.

진짜 집에 가고 싶긴 한가보다.

 

   

15.

냉장고 바지

냉장고 바지. 냉장고 바지는 신세계다.

냉장고 바지를 빨면 진짜 빨리 마른다.

빨고 나서 아주 쫘아아악- 짜면

입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빨리 마른다.

입고 한 시간 정도면 말라 있다.

 


16.

젖은 신발

비가 온다. 언덕길 걸을 때

비가 내 신발 안으로 들어온다.

분명 신발은 방수라고 했는데

비가 계속 들어온다. 꾸엡꾸엡

요상한 소리와 느낌이 난다.

이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17.

외식

순례중 외식하면 좋다.

하지만 계속 외식을 하면

지겹다. 집밥이 먹고 싶어진다.

 


18.

가을 들꽃

길을 걷다가 가끔 눈의 띄는 들꽃

순례 처음 시작에는 꽃 색깔이

아주 찐하고 눈에 아주 잘 띄었는데

순례 끝나갈 쯤에는 꽃 색깔이 은은해 졌다.

 

 

19.

점심밥

내가 제일 많이 먹는 점심밥

아침에 도시락 챙길 때

밥을 많이 챙겨야지 마음이 편하다

뜰 때 이걸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지만 다 먹긴 한다.

 


20.

마지막

오늘이 이 침낭에서 자는 것도 마지막

오늘 친구들과 이 밥을 먹는 것도 마지막

이 순례 기도문을 읽는 것도 마지막

이 길을 걷는 것도 마지막

이 시를 쓰는 것으로

순례는 오늘부로 마지막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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