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순례길

첫걸음 순례 저장창고

길 위에서 쓴 시와 순례배움 [정임한결]

관리자 | 2016.11.26 23:30 | 조회 86





세월호에 관한 생각을 할 때는 별로 없었다. 세월호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면 연관 되는 생각 들이 한 없이 어두워지고 침울해 지니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우리 순례의 베이스, 기본 바탕이였는데도. 그리고 순례 중에는 팽목항에 가 그곳의 상황이 어떻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팽목항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팽목항에 갔을 땐 정말 이상한 기분이였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순례가 끝나 아쉬운 마음, 기쁜 마음도 들고 되게 복잡했다.

그냥 아직까지 기다린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팽목항에 도착해선 그냥 마음속에 쌓여 있던 게 탁- 하고 한 순간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눈물이 마구 났고,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냥 뭔가 설랬다. 지금 생각해 봐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 모든 게 좋은 경험 이였다.

우리 순례단이 인천항에서 팽목항까지 걸었는데 인천이나 안산, 진도에서 걸을 땐 세월호 순례를 한다면 바로 이해를 해 주시고 하는데,

다른 지역을 걸을 땐 세월호 순례중 이라고 하면 이해를 잘 못 하시고 왜 이 지역으로 가는지 묻는 분들도 계셨다. 내 생각엔 그만큼 세월호 사건과

자기 지역, , 사는 곳이 상관없다고 생각 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세월호 순례를 시작하고 추석을 쇠고 돌아 왔을 땐 내가 무슨 순례를 하고 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세월호에 관한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땐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다른 사람들은 걷지도 못 한 체 그냥 버려질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나중에 와서 보니까 도와주고, 이 길이 만들어 지길 바라는 분들이 장난 아니게 많은걸 보고 나선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젠 만들어 질 거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리고 걸으면서 그 도시나 군, , 도를 넘을 때 마다 어딜 가든 자기 지역이 최고라고 하니 어딜 가든 그 지역들이 서로 경쟁하는 사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마을과 마을을 잇는 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월호 순례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순례를 도와주시는 분들 말고도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가 걷는 것을 보고 이런 걸 왜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참 의미 있는 일이라며 힘내라는 분들도 계시고, 우리가 걸으면서 배우니 고아원 학교냐며 아주 큰 오해를 하시는 분도 계셨다. 아무튼 45일을 지내며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깨닫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깃발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깃발이 생기고 나선 모두 우리가 무엇을 주제로 삼고 걷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도 받았고, 때론 우리를 외면하려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다. 깃발이 있기 전에는 우리가 왜 걷는지 묻는 사람들은 정말 많았고 그냥 지나가며 국토 순례를 하는 구나~’ 한마디 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그걸 그대로 믿는 사람들을 볼 때 나는 쫌 언짢았다.

그 추측을 굳이 깨고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보단 너무 오랜 시간동안 추측하고 그걸 사실로 믿어온 사실로 믿어온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우리도 고치기 힘든데 어른이 되어 계속 그렇게 살아가면 괜히 틀어지고 오해가 생기고 결국 일이 크게 번지게 될 텐데.

아무튼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간간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걷는걸 보고 외면하거나 인상 찌푸리고 자리를 피하는 분들을 걷는 중에 간간히 보았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들이 걷는데 힘내라 한마디 못 해줄망정 인상이나 찌푸리고 간다고. 근데 그런 사람들을 한번, 두 번,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대충 이해가 되었다. 우리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있는 듯이 그 사람들도 우리가 순례 하는 것을 보고 좋다, 아님 별로다 라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 되니까 우리를 보고 자리를 피해도 전처럼 그런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이해를 했다 그래도. 그래서 그럴 때 마다 더 열심히 걸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을 볼 때면 세상엔 착한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세삼 깨닫게 해 줬다.

사소한 일부터 큰 일 까지 모두 세세하게 도와주시니까 진짜 순례 끝나고 나서도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아주 크게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 순례단의 세월호 순례 의미는 잊혀가는 세월호 사건을 다시 기억하고 그 가르침을 되새기고 함께 실천하고자 순례를 떠났다.

처음엔 그냥 그렇게 순례를 시작하고 생활했는데, 이제 순례가 끝나고 나니까 우리 순례단의 전체의 의미 말고도 나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이번 순례의 의미는 였다. 뒤늦게 알았지만 이 순례를 통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었다.

그럼 결국 이건 나의 순례 의미가 되기도 하고 내가 순례 중에 배운 것 중 가장 큰 배움인 것 같다.

지금 나의 상태를 온전히 아는 것. 그 온전히 알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잊어버리고 떨어지고 회의하고 잊어버리고 또 회의하고 아프고 울고... 정말 겪어 볼 수 있는 기분을 모두 겪어 본 것 같다.

그리고 모두들 별 탈 없이 순례를 마무리 하고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순례를 간다고 하면 걱정 보단 기대가 될 것 같다. 그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이제 무사히 순례를 마쳤으니 남은 학기도 잘 마무리 해 즐겁게 지내면 좋겠다

 정임한결<나의 순례이야기 >


 

1.

바다

바다바다바다...

서해, 동해, 남해. 여기는 서해 바다

파도가 밀려오는 것도, 뻘이 단단한 것도,

사방이 뻥 뚫린 것도, 참 멋있다

 

2.

코스모스 잎

걷다가 코스모스 잎을 만졌다.

! 꼭 엄마 파마머리를 만지는 기분이였다

 

3.

노란 나비와 행운

노란 길을 만드는 나비들

행운을 부르는 우리는 노란 나비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는 사소한 것부터,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큰 일 까지,

모두 내가 걷고 있어서 알아차린 행운

 

4.

갯뻘

우와아아아 뻘이다!

우와! 개도 있다!

! 여기 새우도 있어!

대박 얘 바지락 캤어!

헐 꽃개도 있어!

여기 소라랑 굴도 있고...

이렇게 시끌시끌 시끄럽게 떠들다

쉬는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

 

       

5.

바다, 코스모스

길가다 왼쪽은 코스모스, 오른쪽은 갯뻘인 길을 걸었다.

내가 보기에 코스모스는 엄마 같고 바다는 아빠 같았다

내 곁엔 없지만 항상 내 주위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엄마 아빠

 

6.

걷기

앞사람을 바라보며 걷기

앞사람의 배낭을 바라보며 걷기,

앞사람의 신발을 바라보며 걷기,

45일 동안 질리도록 보겠지만,

이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재밌게 잘 걸을 수 없었을 것이다

 

7.

시간

점점 갈수록 빨리가는 시간

걷는건 한 30분 걸은것 같은데 금방 쉰다.

걸을때 멍하니 풍경만 보기도 하고, 나에게 집중하여 걷기도 하고,

어찌 걷든, 이젠 시간이 빨리 간다

 

8.

보고픈 IT기기

일주일 걸을땐 그냥 TV가 보고 싶었다.

이주째엔 이제 가면 한달 동안 못 보니

열심히 보겠다고 친하게 지냈다.

삼주째 지내다 보니 화면있는 모든게 그리워 진다.

 

9.

사진 찍기

처음엔 자진해서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갈수록 힘들어 지더니 이제는 무의식 중에 카메라를 챙기고 있다

어서 순례가 끝나 카마라와 이별하고 싶다

 

 

10.

비 오는날 걷기

걷기 전엔 빗소리를 들으며 설랬다

걸을땐 춥고 힘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냥 따뜻한 방에서 자고 싶었다

 

11.

모르는 사람들속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만 튀는게 아닌

그냥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람이 된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아무도 그가 누군지 모른다

 

12.

바보둘

왜 안오는 거야.. 느려 터졌군

어딨어? 걱정되잖아...

괜찮아? 다치진 않았지? 어딜 해매고 온 거야

심장이 철렁 했잖아 바보들아

 

13.

탈핵순례

걸었다 아주 빠르게

걸으셨다 한번도 빠짐 없이

우리는 30일 좀 넘게 걷고 투덜대고 있는데

이분들은 오늘까지 203일을 한번도 빠짐없이 걸으셨다고 한다

묵묵히 발전소 까지.

아직 우리는 배워야 할게 많은 것 같다 아주 많이.

 

14.

날씨

발할땐 더웠는데 비가 한번 오더니

날씨가 추워졌다

오전엔 여름인데 오후가 지나면 가을이 되버린다

새벽엔 겨울같다 입김도 나온다

날씨가... 적응 안 된다

 

15.

저벅저벅

저벅저벅 걸어간다

하루 이틀 삼일 사일...

그렇게 38

앞으로 8

 

16.

내 앞의 빨래

하루종일 내 앞에는 빨래가 걷고 있다

귀찮아 걷지 않은 빨래

우리의 생활을 다 보여주고 있는것 같네

 

17.

산정상에서 밑을 내려다 보다

아무도 없고 나만 이 세상에 존자하는 것 같다.

모든게 존재하는데 내가 그림자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18.

이제 몇일

40일 남았네...으아

14일 남았다. 시간 되게 빨리 간다!

4일 남았다. 까아아아앙-

 

19.

쉬는날

늦잠자고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하고

꺅꺅거리고

간식도 실컷 먹고

재밌게 놀면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20.

진도

오늘은 드디어 진도에 들어왔다

진도 대교를 건너, 울돌목을 지나,

계속 팽목paegmok' 이라 써진 표지판을 바라보며

한걸음 한걸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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