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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쓴 시와 순례배움 [김시현]

관리자 | 2016.11.26 23:22 | 조회 236




처음 나에게 [40일순례]는 버거웠다. 40일 동안 걷는 것도 그렇지만 40일 동안 많은 일이 있을 것 같고 빨래나 먹을 것, 비오는 날,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 걱정이 되었다.

첫 날, 기차와 버스를 타고 첫 잠자리에 도착했을 때는 아주 신이 났었다. 앞으로 걸을 것이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추석을 쉬고 일주일을 걸은 뒤 일주일은 점점 처음과는 다르게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 아침에 내 짐을 정리하는 것,

밥 당번을 하는 것, 걷는 것, 자는 시간, 모두 지루하고 힘들었다.

누가 순례오기 전에 처음 일주일이 제일 힘들다고 그랬는데 나는 일주일이 지난 다음 다시 시작하는 그 일주일이 제일 힘든 것 같았다.

걷는 게 힘든 게 아니고 질려버릴 것 같았다. 그 때는 순례가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주에는 몸이 많이 힘들어 했다. 저녁에 잠을 자기 전에 나는 내일도 걸을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왔다. 그 때는 몸이 힘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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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례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세월호가 있었다.

처음에 안산 세월호 분양소에 갔을 때 그 날 너무 힘들게 걷고 분양소에 가서 세월호 희생자들과 가족들의 편지 이런 것들을 보자 눈물이 나서 그날 힘을 다 빼버렸다.(그 다음날 내가 아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분양소도 가고 기억저장소도 가고 팽목항, 여러 군데를 갈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순례를 통해서 세월호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세기고 기억할 수 있었다.

이런 배움이 있는 건 이 순례에 오길 잘했다. 누가 우리처럼 세월호를 위해 걸으면서 가슴에 새길 수 있을까?

아무도 없다. 우리는 엄청 대단한 것 같다.

김시현 <나의 순례이야기 >


 

1.

소나기와 우비

비가 왔다 안 왔다.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

우비를 입고 지퍼까지 잠갔는데

..비가 안 왔다.

 

2.

파란하늘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하늘은 더욱더

파란하늘 이었다.

맑고 투명했다.

내일도 모래도 이런 파란하늘이 떴으면 좋겠다.

 

3.

이런 우연

오늘 길을 가면서 차들에게 인사를 했다.

차들 중 소방차가 지나갔는데

그 소방차에 타고 있던 어떤 오빠가

엄청 잘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 하루 종일

그 오빠이야기를 했다.

 

4.

왕산의 배

왕산의 배는 아주 탄탄 복근이다.

튀어나온 복근

출렁한 복근

통통한 복근

 

5.

쉬는 시간

쉬는 시간은 길어도 아주 빨리 간다.

놀다보면 어느새 출발할 시간

그래서 오늘도 결국 쉬지 못했다.

 

6.

머리감기

귀찮다.

근데 내일도 귀찮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앞머리만 감는다.

    

7.

발냄새

꾸린내, 썩은내, 시큼한 냄새

그리고 양말의 세제냄새가 썩이면

기가 막힌다..

기절 할 수 있는 냄새

신발을 코에 대면 하루 종일 구역질이 나온다.

 

8.

겨울 냄새

순례를 시작할 땐 더운 끝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겨울이 시작 됐다.

나는 요즘 겨울 냄새를 맡고 있고

차가운 바람을 맡았다.

볼이 차가워지는 겨울 냄새

귀가 시려지는 겨울 냄새

옴 몸에 소름이 끼치는 겨울 냄새

 

       

9.

더러움

순례를 오면 더러워진다.

머리감기도 씻기도 양치도 다 귀찮다.

그래서 그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씻어야 한다.

 

10.

양말

양말은 조금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정말 상상치도 못한 냄새가 난다.

   

11.

홀로 걷기

홀로 걷기는 혼자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잡생각, 잡생각, 생각을 계속 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12.

안마의자

안마의자를 보면 자연스레 몸이 간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보리밥이 안 된다고 하겠지?..

 

13.

엄마 아빠

있을 땐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없으니까 그리워진다.

 

14.

미세먼지

아침 몸풀기때 

미세먼지가 내 코로 들어온다.

! 짜증...

      

15.

간식의 중요성

간식,

먹을 때 행복한 간식,

생각하면 행복한 간식,

이런 간식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 간식이다.

없애버리면 안 된다.

 

16.

따뜻한 마음

걷다가 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음료수를 사주시는 분,

포도를 주시는 분,

물을 주시는 분,

정말 소중한 마음들이다.

 

17.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걷고 있으면

따뜻한 집이 생각난다.

이불속에서 딩굴고 따뜻한 집에 있는

내가 자꾸 떠오른다.

 

18.

마실길

마실길..정말 마실 나가는 것처럼

편안 할 줄 알았는데

아주 가파른 산길.........

말도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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