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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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쓴 시와 순례배움 [김민정]

관리자 | 2016.11.26 23:16 | 조회 56




걷기.

걷기 하면 제일 먼저 물 이야기. 물은 일상에서도 소중하지만 걸을 때 정말 소중하다. 물이 없는 걷기는 상상도 못 하겠다. 그래서 걸을 때 물을 아껴가며 마신다. 쉴 때만 조금씩!! 그런데 막상 하루 걷기가 끝나면 물은 늘 남아있다. 그럴 때마다 물을 아끼지 말고 갈증이 사라질 때까지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다음날 걷기 때 또 아껴가며 마시게 된다.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물은 정말 소중하다.

 

그 다음은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을 보는 나의 이야기. 우선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을 보면 정말로 안타까워서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동물들만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을 걷다가 많이 봤는데 뱀은 기본적으로 많이 보게 되고 너구리와 사슴, 개와 고양이가 가장 많이 로드킬을 당한다. 가끔씩 다른 동물들도 보인다. 하루에 한 번씩은 보는 것 같다. 곤충들은 하루에 몇 번씩은 보고...... 이런 생명들을 볼 때마다 도로 위에 있어서 죽어서라도 편하라고 수풀에 옮겨주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고 지나쳐 간다.

 

밥모심.

밥모심은 아주 중요하다. 걷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준다. 걷는 도중 한 끼라도 굶으면 걷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순례를 할 때 아침에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는다. 그런데 점심과 저녁에는 정말 배가 고프다. 걷는 도중 배가 너무 고픈데 간식도 없고 점심을 먹는 장소가 많이 남아서 속으로 짜증을 잔뜩 내면서 걸은 적도 있다. 그러나 속으로 짜증을 잔뜩 내도 소용없는 일이다. 괜히 더 힘들어지기만 한다. 이렇게도 배가 고프니 밥선생님이 밥상 이야기를 할 때와 밥모심 기도를 할 때가 정말 힘들다. 밥을 앞에 두고 못 먹으니 정말 고통스럽다.

ㅎㅎ 밥모심 기도라는 글자를 생각하기만하면 구랑실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배가 고파서 우리 속도로 밥모심 기도를 죽-해나간다. 그러면 구랑실은 구랑실대로 자기 속도로 밥모심 기도를 한다. 천천히... 그래서 밥모심 기도가 엇갈리고 기도가 끝나면 구랑실이 우리에게 천천히 기도의 의미를 새기면서 하라고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배가 고파져서 짜증이 난다. 몇 번 구랑실과 부딪힐 뻔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니까 시현이가 가족회의 안건으로 냈을 정도!! 나는 이 일을 순례와서 겪는 하나의 배움(?) 처럼 재밌게 받아들였다. ㅎㅎ

기도할 때는 짜증이 날수도 있어도 밥모심을 할 때는 정말 행복하다. 그런대 반찬이 너무 맛이 없거나 밥에 김 가루를 뿌려먹는데 김 가루가 조미가 되지 않은, 맛이 안 나는 것이면 처음에는 별로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익숙해진다. 편식을 없애는 데는 순례가 짱인 것 같다.

!! ‘밥모심하면 생각하는 보리밥의 두 끼 단식.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어떤 시인의 생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리가 8시 쯤 출발해야 되는데 제때 행동을 하지 않아 출발 시간을 늦춰서 보리밥이 화가 났다. 그 전날 마무리모임을 할 때 우리의 아침일정을 여러 번 되풀이 하며 말해주고 두더지가 왔다 가셨을 때 하셨던 처음 그 마음으로 돌아가라.”를 말해 주었다. 그렇게도 여러 번 신신 당부를 했는데도 우리가 출발 시간을 그리도 늦췄으니... 보리밥이 화가 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갔었다. 그런대 보리밥이 명상을 하고 나자 우리만의 잘못이 아니라며 화내서 미안하다고 했다. 생각을 조금 더 하더니 아침과 점심을 단식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서로가 의문의 눈짓을 주고받으니 보리밥이 사실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말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일이 잘 마무리 되었다.

 

잠모심.

잠모심이라는 말을 구랑실이 사용하자고 했다. 이 말이 나에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는다. 익숙해지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순례를 하는 동안 나에게 잠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평상시에 집에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다. 그런대 순례에서는 10시나 10시를 넘겨서 자고 6시에 꼭 일어나야 된다. 그러니 나에게는 잠이 모자랄 수밖에...나는 잠자리가 계속 바뀌면 적응이 정~말 안 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세이레가 되던 날 보령에 있는 등나무 민박에서 두 밤을 잣는데 첫 날 바로 앞바다에서 해수욕을 해서 그런지 방이 온통 모래 느낌이 났다. 너무 찝찝해서 몇 번 닦았는데도 모래는 여전히 남아 있고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불면증(?) 같은 증세가!! 옆에 있던 한결이는 아주 잘 자고 있는데 나는 자지 못하고 있으니 얼른 자고 싶다는 마음이 더더욱 커졌다. 한 몇 시간 지나자 겨우겨우 잠이 든 것 같다. 잠을 자지 못하고 천장을 바라보며 너무 고통스러운 긴~시간이었다. 정말이지 너무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진짜다!!!!!!!!!!)정말 힘든 밤이었다.

잘 때 좋지 않았던 기억도 있지만 잠모심을 했던 곳들 중 너무 포근하고 따뜻해서 기분이 참 좋았던 곳이 있다.바로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은 , , 이 들어 간 것 같은 어떤 자매회(?)를 하는 곳인데 정말이지 짱 이었다!!관옥 할아버지도 옛날에 몇 년간 사셨다고 한다. 왜 거기가 제~일로 좋았냐면 시설 좋은 화장실에 폭신한 침대, 그리고 이불과 베개까지!! 거의 펜션 수준이었다. 최근에 새로 지어서 그런지 깨끗하고 좋았다. 다은이는 벽 색깔이 자기 마음에 꼭 든다고 춤까지 췄다. 역시 우리 반은 흥이 많다. ㅎㅎ그 곳에서 두 밤을 잣는데 첫째 날은 남자끼리, 여자는 3명씩 나눠서 잣다. 방이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 날에는 관옥 할아버지와 용서해 할머니께서 오셔서 다 같이 떼 잠을 잣다. 기도 방이 넓어서 거기서 이불피고 떼 잠을 잣는데 보일러가 워낙 잘 돌아갔는지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다. 그래도 순례 와서 처음으로 다 같이 떼 잠을 자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다. 떼 잠은 역시 재밌고 좋다. ㅋㅋ

 

쉬는 시간 10.

우리가 열심히 걷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기분이 날아갈듯이 짱이다!! 우리는 쉬는 시간에 주로 간식이 있으면 먹거나 물은 꼭 마신다. 걸을 때는 힘없이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처럼 걷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힘이 남아돈다. 그래서 몇몇 애들은 펄쩍펄쩍 뛰어 논다.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평소보다 긴 코스를 걷는 날, 산이나 언덕을 넘고 난 뒤, 배가 고플 때...... 나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순례를 하면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 쉬는 시간은 더 빠르게 간다. 너무 빨라서 10분이 되지 않았는데 출발하는지 의심스러워서 시간을 보지만 10분이 벌써 다 됐다. 우리가 쉬는 지점에서 화장실까지 거리가 멀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화장실을 갔다 오면 쉬는 시간이 끝나버린다. 화장실까지 왔다 갔다 걸으면 다리가 꽤 아프고 지친다. 그런데도 아무런 미련 없이 출발한다. 이렇게 되면 걸을 때 다리가 아프고 지쳐간다. 그래서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고안한 방법!! 바로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거기서 쉬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화장실에서도 꽤 쉴만하다. 화장실이 너무 더러우면 화장실 밖에서 쉰다. 이것 또한 하나의 경험이다. 은근히 재밌고 긴장감 넘친다. ㅋㅋ

 

고마우신 분들.

우리에게는 날마다 고마우신 분들이 찾아온다. 편히 쉬고 잠을 잘 수 있게 잠자리를 주시는 분들, 배고픈 우리에게 맛있는 밥을 주시는 분들,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시는 분들과 길가다 노란 세월호 깃발을 보고 얼굴도 모르는 우리에게 따뜻한 음료와 갖고 있던 간식,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시는 고마우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

난생 처음 보는 분들이 우리에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 주시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를 위해 바쁜 시간 쪼개어 온 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부담스럽기까지 한다. 귀한 손님을 대하듯이 정성껏 잘해주셔서......

밥을 주시는 고마우신 분들이 대부분 외식을 시켜주거나 고기를 먹게 해주신다. 걷느라 지친 우리에게 보양식(?)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겠지만 우리는 날마다 그런 마음을 가지신 분들의 마음을 받으니 하루에 한 번은 고기를 꼭 먹는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니 가족회의 안건으로 나왔다. 가족회의를 한 결과 고기는 일주일에 두세 번, 외식은 하루에 한번을 넘지 않고 백반으로 먹는다. 또 간식은 되도록 사양하고 생기면 고마우신 분들에게 나누어 드리고 탄산음료는 먹지 않는다. 그런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백반을 먹을 때마다 조금이라도 고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결국에는 잘 지킨 것이 딱 한 가지, 바로 탄산음료, 먹지 않기다. 이것만은 진짜 잘 지켰다. 내 기억으로는 가족회의를 하고 나서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편지 쓰기.

우리가 순례도중 썼던 편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잠자리를 주신 분들께 쓴 편지, 순례를 지원해 주시고 함께 걸었던 분들에게 쓰는 감사의 편지, 회향식에 초대한다는 편지들...... 이런 편지들을 최소 두 쪽씩 저녁에 썼다. 10시에는 자야 되니까 얼른 쓸 수밖에 없다. (정성스럽게, 또박또박...) 편지를 몇 번 써 보니 제시간 안에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느낌으로는 꼭 편지쓰기 달인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해 보였다. ㅋㅋ

 

! ! 대회.

! ! 대회는 생명평화 등불님이 주최한 대회다. 노래에 맞춰 손동작으로 짝짝꿍~ 하는 놀인데 무진장 재밌다. 노래 가사가 참... 가사를 알려주겠다.

{지나가던 미친개가 우리를 보고 짖는다~~}

그 다음 !” 을 하나, , , , , 하나... 이렇게 늘려가며 21조로 손동작을 하는 놀이다. “!” 을 틀리지 않고 오랫동안 하는 팀이 이긴다. 우리는 대회 날 까지 열심히 연습했다. 시간만 나면 종일 연습, 연습, 또 연습이었다.

드디어 대회 날!!

나랑 예진이, 다은이와 승희, 주환이와 목영이. 이렇게 세 팀이 참가했다. 정말 재미있게 했다. 우승 상품은 천으로 만든 공기!! 짱 예쁘다. 그런대 생명평화 등불님이 참가한 전원에게 공기를 준다고 했다. 정말 좋았다. ^^ 대회가 끝나고 우리는 공기놀이를 했다. ~미 있게. ㅎㅎ

 

밥선생님.

밥선생님은 5일에 한 번씩 바뀐다. 처음에는 나, 한결이, 주환이. 이렇게 밥선생님이였는데 재미있게 잘했다. 한결이가 일명 밥 요정이어서 밥을 맛있게 잘 했다. 주환이는 일을 잘 한다. 그래서 밥을 차리고 뒷정리를 할 때, 정말 수월하게 일이 잘 마무리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짐만 되지는 않았을까??

두 번째로 밥선생님을 할 때는 나, 승희, 예진이가 한 팀이었다. 승희는 요리를 무척이나 잘하고 예진이와 나는 나름대로 일을 잘 했다. 우리 팀이 순례가 끝날 때쯤 하는 팀이어서 밥선생님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다. 이것도 운이라고 해야 되나?? 밥선생님을 할 때, 재미있기도 하면서 귀찮기도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차릴 때는 요리하고 셋팅을 하니까 재미있다. 그런대 마무리를 할 때는 음식물 처리하고 설거지를 하니까 귀찮다. 둘 다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래도 밥을 먹는 것은 재미있게 한다. ㅎㅎ

 

다리가 아파서 지원팀을 한 날.

나랑 현보가 다리가 아파서 지원팀을 했다. 나는 놀다가 발목이 삐고 현보는 발가락이 삐었다. 그 날 어떤 마을 회관에서 머물었는데 거기에 계신 할머니들이 착하셨다. 점심은 각자 탁발하기로 했는데 할머니들이 뼈다귀 국을 주셔서 맛나게 먹었다. 현보는 맨바닥에서 아주 잘~잤다. 나는 그냥 앉아있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가시자 현보랑 같이 청소를 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김민정<나의 순례이야기 >




 

1.

욕심

인간의욕심은 끝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욕심, 그 끝은 어디일까?

 

2.

세월호

두려웠나요? 아팠나요? 그리웠나요?

저희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세월호' 라는 이름만 들으면..

 

3.

조개

소황사구에서 만난 가리비 조개,

화려한 껍데기에게만 정신이 팔려

본디 알맹이인 너를 잊은 사람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너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

노란 나비따라 세상에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길을 찾는다.

 

4.

빗소리

숨을 고르고 귀를 기울인다.

토도독, 빗소리가 들린다. 빗소리도 여러가지다.

그 중 마음에 담고 싶은 소리는

아무런 방해없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순수한 빗소리

 

5.

구름 

구름 하나가 흩어져 두 개의 구름이 된다.

그렇게 구름들이 흩어져 아름다운 하늘이 된다.

그 구름들은 여러개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하나다.

 

6.

나뭇잎

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한 개의 나뭇잎이 된다.

나뭇잎은 바람에 흩날려 세상 구경을 한다.

 


7.

돌맹이

모난 돌맹이.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돌맹이.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돌맹이.

 


8.

엄마

나에게 새처럼 날개가 있다면

엄마 품으로 훨훨 날아갈텐데

가족의 품으로 훨훨 날아갈텐데..


 

9.

새벽 이슬

새벽이슬이 맺혀있다.

옥구슬의 영롱함이 이슬안에서 맑게 빛난다.

 


10.

전기 

다리에 침을 맞는다.

전기가 통한다.

처음에는 찌릿거려 아프지만 점점 적응 된다.

 

11.

잡초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잡초,

쉬게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위대한 자연의 힘, 잡초.



12.

저 멀리

저 멀리 팽목항이 보인다.

멀게만 느껴졌던 팽목항이 보이니,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목메임.

 


13. 

눈물 한 방울

노란 리본을 보니 세월호 생각에

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푸르른 바다를 만든다.

 


14.

그림자

늘 어두침침한 얼굴로 다니니

그림자 마저 어두침침..

늘 밝은 얼굴로 활기차게 다니면

그림자 또한 밝다.

 

     

15.

끝과 마지막

순례가 드디어 마무리 된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섭섭하다.

그렇지만 이게 마지막은 아니지, 그저 하나의 끝이지!!

 

16.

노란 꽃 한송이

길을 걷다 노란 꽃 한송이를 보았다.

노란 꽃을 보니 왜 이리 슬퍼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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