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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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쓴 시와 순례배움 [강다은]

관리자 | 2016.11.26 23:15 | 조회 57



그리고 밥 먹는 건 우리를 도와주시고 응원하는 분들께서 많이 사주셔서 정말 잘 먹고 다녔다.

밥을 먹으면 힘이 나니까 두 그릇은 쉽게 먹고 세 그릇 네 그릇 먹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잘 먹기로 소문이 퍼져서 유명해졌다. 지금은 돌도 씹어 먹을 나이여서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매일 바뀌는 잠자리는 덥다가 춥다가 그러는데 나는 그런 게 좋았다.

더우면 침낭을 발끝까지 내리고 추우면 침낭을 꼭 잡고 자고 또 따뜻한 물이 나올 때는 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고,

차가운 물이 나올 때는 호들갑 떨면서 하는데 다 좋은 추억 같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고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정말 좋았다. ‘집에 가서 뭐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은 것 같다.

근데 보리밥이 너무 그런 생각만 하면 안 좋다고 처음 그 마음으로 남은 날을 지내자고 해서 노력했다.

설렜던 마음, 떨렸던 마음, 조금은 두려웠던 마음, 이런 마음들을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어느덧 마지막 날 걸을 때 내 눈앞에 진도 팽목항이 보일 때 너무 꿈만 같았다.

걸어서 도착했을 땐 시원섭섭했다. 엄마 아빠를 만나서 눈물을 흘리고.

우리가 기억의 숲에서 회향식을 할 때도 고마운 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이 회향식을 더 멋지게 마무리 하고 싶었다.

 우리의 공연이 시작되고 끝이 났을 때, 진짜로 실감이 났다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너무 시원하고 섭섭했다.

보리밥, 봉봉, 구랑실, 고맙습니다.


강다은 <나의 순례이야기 >


 

1.

햇살

내게 햇살이 따스한 빛을 내려준다.

렇지만 그 따스한 빛도 

조금 있으면 따가워 진다.

그래도 햇살은 맨날

나를 보며 웃고있는 것 같다.

 

2.

비 오는 날

비가 내 머리로 주르륵 하고 떨어졌다.

또 그 비가 내 신발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 순간 ! 찝찝해..”

 

3.

잔디

잔디가 같이 놀자고 내 다리를 스친다.

그럼 나는 간지럽다고 잔디를 밟는다.

 

4.

발 냄새

처음 맞아본 나의 발 냄새.

너무 충격이다. 지독하고 지독했다.

 

5.

간식

간식은 행복이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다.

순례와서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6.

아침 이슬

밖에 나갔는데 축축하다.

나뭇잎들도 젖어있고,

어제 넌 빨래가 더 젖어 있다.

 

7.

바닷길

바닷길을 걷다가 갈매기 한 마리가 나를 본다.

뭐지...”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모래에 내 신발이 빠진다.

근데 난 이 느낌이 너무 좋다.

 

 

8.

인사

우리가 도로 길을 걸을 때 차가 지나가면

손으로 인사한다. 손을 흔든다.

그럼 그 사람도 같이 손을 흔든다.

그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른다.

 

 

9.

파란 하늘

걷는 중에 고개를들었는데하늘이 파랬다.

너무 예뻤다.

그래서 파란 하늘 노래를 불렀다.


  

10.

사람들

우리를 도와주신 많은 사람들,

그런 분들이 없었다면 어땠었을까?

우리가 걷고 있는데

음료수를 주신 분들 모두 잊으면 안된다.

 


11.

노란리본

이 노란리본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

노란리본을 가방에 달고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그럼 내 속눈썹이 하나 빠진 것 같다.

 


12.

길가에 꽃

길가에는 여러 가지 꽃이 많다.

그래서 여기도 꽃가게라고 할 수 있다.

 


13.

노을

노을은 참 예쁘다.

빨간노을, 노란노을, 주황노을,

여러 가지로

하늘에 그려져 있다.

 


14.

소리

새가 짹짹 우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우리들이 재밌게 하는 이야기  소리

  

                       

15.

우리가 손을 잡는다.

그럼 맨날 따뜻한 손 차가운 손 나눠진다.

 


16.

지도일지

맨날 저녁마다 쓰는 지도일지,

다 다른 느낌이고, 새로운 느낌이다.

그래서 지도일지 쓰는 게 할 맛이 난다.

 


17.

배낭

어쩔 때는 가볍고 또 어쩔 때는 무겁다.

근데 이 배낭 없으면 너무 너무 허전하다.

 


18.

뒷사람

내가 걷는데 뒤어서 자꾸 내 발을 밟는다.

그래서 짜증을 내려고 했는데 못 낸다.

왜냐하면 나도 앞에 사람을 밟기 때문이다.

 


19.

연필

내 연필로 무언가를 쓴다.

점점 작아지고 몽당연필이 되면 어떡하지..’

하나 밖에 없는 거라 걱정을 한다.

 


20.

순간에 바보

비오는 날 군산 뚝방길 걷는데 어디서 철푸덕,

무슨 소리지?’

누가 떨어졌지?’

! 그건 바로 나다.

아무 생각도 안난다.

벌떡 일어날 수도 없다.

순식간에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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