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순례길

순례후기

순례길 위에서

안류현 | 2017.12.12 17:46 | 조회 103

11.29~12.5

첫 날 상계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할머님들께서 누워 자고있으라며 이불과 베개를 주시기에 뜨뜻한 방바닥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더니 순례단 분들이 오셨다. 그 때의 마음이 손님을 맞이하는 것 같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내 순례의 첫 날은 도법스님과 이야기 마당을 갖는 날이었다. 둥그렇게 앉아 처음 만난 분들의 삶과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묵혀둔 고민의 길을 더듬어보곤 했다. 날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평소의 생각이나 길위에서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다. 다녀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걷는 동안, 뒤에서 걷기도 하고 앞에서 걷기도 하면서 매일 바뀌는 앞사람과 뒷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왔을지,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질문 안에 나의 대답도 찾아봤다. '청년희망순례'라는 타이틀로 걸었지만, 나는 희망보다는 후회에 대해서 더 생각했었던 것 같다. 삶에 대한 후회도 있고 사회체제에 대한 후회도 있었다. 걸으며 내 안의 후회와 마주하고나면 왠지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여러모습의 삶이 만나 함께 희망을 나누는 것이 후회를 떠올리며 길을 걷는 나를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사흘동안은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인양된 세월호에 가까워지고 순례길에 도움을 주신 분들과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만나면서 순례단 안과 밖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순례길을 걷고자하는 것이 내 삶의 평화를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과 가까운 어딘가에 세월호가 있다는 것에 집중했다. 내 고민을 안고 걷다가 세월호에 다다르게 되는 길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그동안 TV 안의 세월호를 바라봤었기 때문에 갑자기 더 크게 다가왔던것같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동수아버님의 깊은 눈빛과 '가슴으로 기억해 달라'는 말씀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 이 사회가 희망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에 무심하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이 길을 떠날 용기가 생겼을까.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보태어 이 길이 계속되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모인다면, 처음 며칠동안 길을 걸으며 마주한 내 마음과 같이 이 사회도 후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다함께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져버린 사회에서 익숙하게 지내던 내게 순례길을 걸으며 본 세상은 생각보다 어리숙했고 사람들과 나누던 이야기 속에서 삶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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