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순례길

순례후기

10월 31일, 11월 1일 순례 후기

유쾌한구름 | 2017.11.05 16:21 | 조회 84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횡성 현천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한승희입니다.
생명평화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어, 포스터를 보고 연락하여 함께 걷게 되었습니다.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인천부터 팽목항까지 의미있게 걷는 줄로만 알았는데, 가서 순례단 분들의 말씀을 듣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힘과 시간을 들여 지속될 수 있는 순례길을 '만들고' 계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매일매일 길에 대한 제안, 안전성 점검 회의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다듬고' 계시더라구요. 세월호 추모 활동이 슬픔과 연민의 감정을 넘어서, 생명과 죽음을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길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길을 만들고 다듬고 걷는 모든 분들의 새로운 삶을 창안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기도 했습니다.

단 이틀이었지만, 제게도 하나의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평소 물질적 이익,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중시하며 한 걸음의 과정, 그 걸음을 같이 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던 제가 "한 걸음"의 뜻깊음과 곁사람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근 순례자이신 한나샘, 미란샘, 미선언니, 작은학교의 한선생님, 수민샘, 청년 만두, 행자, 유진, 그 외에도 앞과 뒤에서 함께 걷고, 먹고, 얘기했던 선생님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일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맛있는 밥과 간식, 숙소까지 모두 선물받아 그저 걷기만 하며 편안히 지내다 왔습니다.^^; 감사해요!

제가 걸은 길은 서신과 태안이었습니다. 태안에 들어서면서 길은 더욱 고요해졌습니다. 서해의 갯벌과 바다가 제게 말해준 것은 "고요함"이었습니다. 함께 연결되어 고요할 수 있다면!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편, 평화로워 보이는 그 바다 속에 생태계가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 속에도 삶과 죽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 사실도잊지 않을 겁니다. '죽음' 만을 생각하면 걷고 있는 발걸음이 역사에 무슨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갑자기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잊지 않되, 절망에 빠지지는 않으려 합니다. 현실의 암울함을 직시하며 작지만 무거운 한 걸음을 오늘도 쉬지 않고 걷고 계시는 순례단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제가 위치한 자리에서 제가 할 일을 찾아 한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모든 선생님들!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
twitter facebook
댓글 (3)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제안자 참여하기